고려 이색의 목은시고 제28권에서 발췌한 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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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은 이색이 쓴 시에서 우리 선조님들과 관련된 글 3편을 소개합니다.
첫째 이 글은 목은이 우리 염제신(곡성부원군) 중시조님과 관련된 글입니다.
참고로 중시조님의 신도비를 왕명에 의하여 쓰셨습니다.
[출처] 목은시고 [이색 1328-1396] 제28권 시(詩) 51편 | 작성자 상생
며칠 전에 곡성부(曲城府)를 찾아가 뵈었을 때, 난(蘭)은 있었으나 매화는 없었다. 그런데 이번에 내가 얻은 분매(盆梅)가 활짝 피었는데 감히 오셔서 감상하시라고는 못하겠기에 종학(種學)에게 특별히 명해서 갖다 바치도록 하면서 절구 세 수를 지어 올렸다. 이날은 바로 춘분(春分) 날이었다.
매화꽃 벙실벙실 산속의 정자를 비춰 주니 / 梅花粲粲照山亭
흡사 대유와 나부인 듯 눈 아래가 푸르러라 / 大庾羅浮眼底靑
황혼의 가지에 걸린 달을 유독 좋아하였는데 / 獨愛黃昏枝上月
남극의 노인성을 지금 또 만나게 되다니요 / 更逢南極老人星
매화가 피려고 설날 전부터 들썩거리더니 / 梅花意動臘前天
춘분이 되자 청수한 기운 온전히 피워냈네 / 開到春分秀氣全
하지만 두려워라 도리의 무리에 치일까 봐 / 却恐不如桃李輩
호기 부리고 부를 뽐내며 권세를 독점할 테니까 / 爭豪競富盡當權
이 매화 나하고 비슷한데 왜냐 하면요 / 梅花似我問何哉
한 점 티끌 없는 청고함 때문이 아니오라 / 不爲淸高絶點埃
그저 소년 때 세상 사람 놀라게 하였을 뿐 / 只取少年驚衆耳
품평을 하자면 실로 똑같이 범재이니까요 / 在於題品實凡才
[주-D001] 곡성부(曲城府) : 곡성부원군 염제신(廉悌臣)을 말한다.
[주-D002] 대유(大庾)와 나부(羅浮) : 대유령(大庾嶺)과 나부산(羅浮山)을 말한다. 당(唐)나라 장구령(張九齡)이 대유령에 새 길을 뚫을 때 매화를 심어 매령(梅嶺)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《독사방여기요(讀史方輿紀要)》 강서(江西) 중험(重險)에 전하고, 수(隋)나라 조사웅(趙師雄)이 나부산의 매화나무 아래에서 잠들었다가 매화 선녀를 꿈에 보았다는 전설이 유종원(柳宗元)의 《용성록(龍城錄)》에 전한다.
[주-D003] 황혼의 …… 달 : 참고로 송(宋)나라의 고사(高士) 임포(林逋)가 매화를 읊은 시 〈산원소매(山園小梅)〉에 “맑고 얕은 물에 성긴 그림자 가로 비끼고, 황혼 녘 달빛 속에 은은한 향기 떠도누나.[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]”라는 명구(名句)가 나온다.
[주-D004] 남극의 노인성(老人星) : 수성(壽星)으로서 보통 노인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인데, 염제신에게 보낸 시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.
[주-D005] 도리의 무리 : 복사꽃 오얏꽃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소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.
[주-D006] 그저 …… 범재(凡才)이니까요 : 소년 시절에 원(元)나라 제과(制科)에 급제해서 재주를 한번 반짝 보인 목은 자신이나, 자연 속에서 피어나지 못하고 좁은 화분 속에서 키 작은 매화로 피어난 이 매화나, 사실은 모두가 변변치 못하다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이다.
ⓒ 한국고전번역원 | 이상현 (역) | 2003
둘째 다음 글은 목은이 중시조님의 둘째 아드님이신 동정공 염흥방선조님과 관련된 글입니다.
[출처] 목은시고 [이색 1328-1396] 제28권 시(詩) 62편|작성자 상생
염동정(廉東亭)의 술자리에 초대를 받고 이날 동정이 거문고를 타고, 홍상(洪相)이 중금(中笒)을 불었다.
오랜 병 끝에 아는 것은 그저 배 채울 일만 / 久病方知口腹謀
누룩 실은 수레만 보아도 입에서 침이 질질 / 麴車猶費口涎流
벗이 술자리 불러 주니 이 얼마나 다행인고 / 故人招飮眞多幸
돌아갈 줄도 모른 채 맑은 밤 오래 머물렀네 / 淸夜忘歸得久留
아직도 귓속에 가득한 북조의 유음이요 / 北操遺音尙盈耳
모두들 머리 숙인 남양의 급한 피리였네 / 南陽急管盡低頭
일체가 운명이라고 할 인간의 만나고 헤어짐 / 人間聚散皆天數
이제부터는 병촉유를 다시 약속들 하십시다 / 更約從今秉燭游
[주D-001]누룩 …… 질질 : 두보(杜甫)의 시 〈음중팔선가(飮中八仙歌)〉에 “여양왕(汝陽王) 이진(李璡)은 술을 세 말은 마셔야 조정에 나갔고, 길에서 누룩을 실은 수레만 보아도 입에서 침을 흘렸다네.[汝陽三斗始朝天 道逢麴車口流涎]”라는 구절이 보인다. 《杜少陵詩集 卷2》
[주D-002]북조(北操)의 유음(遺音) : 북조는 중국 음악의 곡조라는 말인데, 동정(東亭) 염흥방(廉興邦)의 부친인 염제신(廉悌臣)이 원(元)나라에서 자라나 황제의 총애를 받고 벼슬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인 듯하다.
[주D-003]남양(南陽) : 홍씨(洪氏)의 본관이 남양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.
[주D-004]병촉유(秉燭游) : 밤에 촛불을 밝히고 노닌다는 뜻으로, 덧없는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즐겨 보자는 의미로 흔히 쓰인다. 고시(古詩)에 “사는 나이 백년도 채우지 못하는데, 항상 천년의 시름을 품고 있도다. 낮은 짧고 밤이 긴 것이 괴로우니, 어찌 촛불 손에 잡고 노닐지 않을쏜가.[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晝短苦夜長 何不秉燭游]”라는 구절이 나온다. 《文選 卷29 古詩十九首》
ⓒ 한국고전번역원 ┃ 이상현 (역) ┃ 2003원문 원문이미지
셋째 다음 글은 중시조님의 셋째 아드님이신 청강공 염정수선조님과 관련된 글입니다.
대언은 이때 당시의 청강공 관직을 말함.
[출처] 목은시고 [이색 1328-1396] 제28권 시(詩) 46편|작성자 상생
염 대언(廉代言) 정수(廷秀) 를 축하하며
세 명의 아들 등과하여 일찍 명성을 날렸는데 / 三子登科早有名
어버이 사랑을 독차지한 건 바로 막내였더라오 / 愛鍾於季是萱庭
흰머리 날리는 양친 모두 건강하게 계신 이때 / 高堂鶴髮俱無恙
성대의 용후가 되었으니 세상에 드문 영광이라 / 盛代龍喉罕比榮
옥수와 같다고나 할까 맑고 깨끗한 그 풍채요 / 蕭洒風儀同玉樹
푸른 하늘과 가까워라 높고도 높은 금직일세 / 岧嶢禁直近靑冥
목옹이 얼마나 기쁜지 굳이 물어볼 것 있나 / 牧翁驚喜何須問
성군을 보좌하는 문생 눈으로 보고 있는걸 / 眼見門生佐聖明
[주D-001]세 명의 아들 : 염제신(廉悌臣)의 아들인 염국보(廉國寶)와 염흥방(廉興邦)과 염정수(廉廷秀)를 말하는데, 염정수는 그중 막내이다.
[주D-002]용후(龍喉) : 용(龍)은 임금을 뜻하는 말로 임금을 보좌하는 후설지신(喉舌之臣), 즉 대언(代言)이 되었다는 말이다.
[주D-003]푸른 하늘 : 제왕의 지위를 뜻하는 시어이다.
ⓒ 한국고전번역원 ┃ 이상현 (역) ┃ 2003원문 원문이미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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